Vespa VBB 연료게이지
from 2015 2015. 7. 5. 09:50

 

1.

"평소에는 선입견이 없는 사람 같은데, 간혹 반대로 아주 강해보일 때가 있어"

어제 들은 이야기다. 적지않이 산 것 같은데 아직도 나는 단어에 서투르다.

예를 들어 누군가 '그건 선입견이야' 라고 하면 왠지 억울한 생각이 먼저 든다. 

뭐랄까. 빈 주머니가 있고 동전 하나가 들어있는데 주머니의 이름이 동전이라고 불려야 한다면...

 

2.

아마도 나의 베스파 VBB는 국내 최초로 '연료게이지'가 장착된 모델이 아닐까.

사진 속 시트와 시트 사이에 튀어나온 부위가 연료게이지다. 지난 5월에 장착했는데, 이 녀석이 말썽을 부렸다.

가솔린을 주입하거나, 한참을 달리고나서 보면 바늘이 남은 연료량과 상관없이 엉뚱한 곳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연료게이지의 부레 부분에 있었다.

 

 

 연료게이지의 전체 모습(검정색 부분이 문제의 '부레')     부레를 분해하면 내부에 코르크(?)가 들어있다.

 

연료게이지의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검정색 부레(Float)가 기름 위로 떠오르면서 사각형의 봉을 회전시키고,

이 사각형 봉은 게이지의 바늘과 연결되어 있어서, 눈금을 가리키게 되는 원리.

즉, 코르크(?)의 수명이 다해 부레가 기름속으로 가라앉았던 것이다.

알아보니 요즘의 오토바이나 자동차는 저 코르크 대신 'NBR 고무'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NBR 고무만을 따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베스파의 연료게이지를 정상작동하게 하려면

오토바이용 연료게이지 부품을 통째로 구입해서 그곳의 NBR 고무를 활용해야 한다.

 

 

 아래쪽 검은 물체가 두동강낸 '데이스타'용 NBR 고무      NBR 고무를 칼로 재단해서 베스파 연료게이지에 장착

 

지금이니까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혼자서 끙끙 고민하면서 본드칠과 코르크 구입 등

여러 시행착오와 나름의 고된 검색 끝에 얻은 제법 유용한(?) 지식입니다.  

이렇게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부레를 끼운 다음, 다시 베스파에 연료게이지를 장착했다.

도중에 문제의 부레 속으로 기름이 들어가지 않도록 완전히 밀봉시키기도 했는데 결과는 대실패.

(어떻게 해도 기름이 검정색 부레케이스 속으로 유입되었다)

덕분에 멀쩡한 부레 케이스만 버리게 되었다. 만일 나처럼 베스파용 연료게이지를 구입했는데

바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면 절대로 부레 케이스를 밀봉시키는 선택은 하지마시길...

그 속의 코르크만 'NBR 고무'나 새로운 코르크로 갈아끼우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부레(Float)를 장착하고 연료주입과 시험운행을 마쳤다. 결과는 정상작동.

이렇게 국내 최초(아마도 ^^)의 연료게이지를 장착한, 문제없는 Vespa VBB가 탄생했다.

 

연료게이지의 주입구를 열고 기름을 부레 위로 들이부어도, 다소 과격하게 주행해도 이제 문제없이 작동한다.

 

3.

나이 때문일까.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는 시간이 잦아지고 있다.  

자꾸 쫓기는 듯한, 기분나쁜 시간들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일부러 베스파를 끌고 거리로 나선다.

어느 한적한 길가에 세워두고서 물끄러미 오랫동안 표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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