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십 년 전쯤이었을까?
“1층이어야 합니다 (베스파를 실내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내부에 독립된 화장실이 있어서 샤워를 할 수 있었으면... (밤새는 게 일이니까)”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곳을 찾아 홍대 일대를 헤매고 다녔다.
그렇게 마련한 지금의 작업실은... 뭐랄까...
‘이렇게 오랫동안 떠나지 않게 될 줄이야!’
그래서 어색하다. 두서너 해 정도 살고 나면
당연하다는 듯이 집을 옮기던 가난의 습관 덕분이다.
작업실의 인테리어를 조금 바꿨다.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일 년 내내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괜찮았으면, 달팽이처럼 짊어지고 다닐만한 생활의 껍질이었으면 싶었다.
이케아를 들락거리며 새로운 가구를 골랐고
이제는 자리만 차지하는 큰 책상이며 의자들을 모두 버렸다.
그동안 집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낡은 스피커를 가져왔고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앰프와 튜너를 구했다. (CDP는 덤으로 얻었다!)
물론, 당연히, 내가 하는 일인데, 순조롭지 않았다.
스피커는 지직거렸고 도저히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거의 복원하다시피 수리를 했고
스피커 유닛에 착자(자력을 발생시키는 것)까지 해야 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앰프도 말썽이었다.
덕분에 모두 병원 신세를 졌다.
작업실의 스피커는 오래된 스펜더 BC-1이다.
지나는 길에 우연히 구매했던 것인데
초기형 블루알리코 버전으로 이 분야의 애호가들이 손에 꼽는 명기다.
장인의 복원으로 1970년대의 소리를 쨍쨍하게 들려준다.
앰프는 쿼드33 + 303, 튜너는 쿼드FM3.
역시 1970년대에 태어났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유행이 지난 소리이고 베스트 매칭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물끄러미 듣고 있으면 푹 빠져든다.
이 정도면 생활의 껍질을 울리기에 넉넉하지 않을까?
소리내지 않으면 소리내는 방법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소리내야 할 때 지직거리고 아예 먹통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억지로라도 소리내야 한다.
자꾸 나를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