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오기 전에 베스파를 타고 나섰다.
올해의 마지막 주행이 아닐까...
오랜만에 점화플러그를 교체했다.
가볍게, 한번만에 시동이 걸린다.
교체한 새들시트의 스프링이 몹시 부드러웠다.
이런 출렁임을 미국식 승차감이라고 하지 아마도,
달리는 동안 내내 델마와 루이스가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느긋한 도주가...
몇가지 교체한 부품들이며 액세서리를 테스트했다.
이베이에서 구입한 오리지널 혼도 이상무.
원래 달려있던 것도 오리지널이지만 살이 조금 눌린 부분이 있었다.
오리지널이고 황동제품으로 최대한 온전한 형태를 갖춘 녀석을 찾았다.
해외구매이다보니 사진을 주의깊게 확인했다.
잔뜩 눌러붙은 때는 금속연마제로 닦아주었다.
애초부터 광을 냈다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었을텐데
금속연마제를 이용하면 그다지 힘들지 않게
본래의 광을 찾을 수 있다.
-Original 6V Horn / 좌측은 판매자가 올린 사진, 우측은 금속연마제로 때를 벗겨낸 후
연료게이지도 원래의 부레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지금까지 연료게이지에 장착되어있던 부레는 직접 NBR 고무를 가공해서 만든 것이다.
원래의 부레는 플라스틱 케이스 내부에 코르크가 들어있었다.
그 코르크를 NBR 고무로 교체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플라스틱 케이스의 뚜껑은 그대로 두고
아래 몸통 부분을 반대로 뒤집어 장착했는데 정상작동한다.
결국 플라스틱 케이스에 들어간 기름의 무게가 문제였다.
들어오는 기름을 막을 수 없다면 잘 나가게 하면 된다.
발판이라고 해야 하나?
Floor board에 붙이는 고리도 장착했다.
스탠드를 고정하는 볼트로 조이는 방식이다.
덕분에 거의 바닥에 눕다시피해서 낑낑거려야 했다.
센터에서 장착하면 쉬웠을텐데 말이다.
-Floor board에 장착하는 Luggage Hook, 브레이크등의 스위치도 회색으로 교체
베스파는 이제 거의 손볼 데가 없다.
다만 60년대생이다 보니, 중간에 리스토어를 했어도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볼트를 조금 세게 조이거나 하면
나사선이 뭉개지거나 페인트가 깨지는 일이 생긴다.
다행히 내 베스파는 페인트가 떨어져 나간 부분이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이 먹은 티가 나고 있다.
만일 리스토어를 하게 된다면 그때 장착해야지 하고
부품이며 액세서리 등을 모아둔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이든 고양이처럼 한물간 록스타처럼
틀림없이 그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