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of My Vespa
처음에는 낡은 고무부품 몇가지를 교체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보니 연료통을 들어올려 호스를 갈고 새로운 부품을 장착하고 있었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작업실로 돌아오면서 든 생각...
올해는 좀 더 많은 시간을 Vespa와 함께 할 것 같습니다.
Vespa, 그중에서도 올드 모델들은 관리하기에 악명높기로 유명하다.
세워두면 몇방울씩 기름이 새는 것은 기본이고
킥스타트로 시동을 거느라 온몸이 땀에 흠뻑 젖기도 한다.
갖은 노력에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 날이면
길가에 주저 앉아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라고 자책하는 날도 있다.
Vespa 올드 모델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약속이라도 한듯이, 예외없이, 똑같은 정거장들을 지나게 된다.
나의 첫 Vespa는 검정색 PX125 였다.
지금이 2015년이니까 벌써 15년이 흘렀나?
요즘에야 Vespa를 좋아하는 이들도 많고, 신형모델도 많고,
또 전문적으로 Vespa를 취급하는 샵도 있지만
당시에는 도로에서 Vespa를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우여곡절 끝에 구한 낡은 PX125를 몰고
처음 도로를 달리던 그날의 기분은 지금도 생생히 남아있다.
(그리고 사고의 기억도~)
두번째 Vespa는
지금도 흔하지 않은 VNB라는 모델이었다.
생김새는 VBB와 거의 똑같은데 계기판이 사각형이고 기어가 3단, 125cc...
(그러나 내 VNB는 VBB의 엔진을 달고 있어서 150cc에 4단이었다.)
지금의 Vespa는 세번째로 VBB라는 모델이다.
VBB는 1960년부터 65년(혹은 66년?)까지 생산되었다고 하는데
크게 두 가지 모델(VBB 1T, VBB 2T)로 나눠진다.
VBB 1T와 VBB 2T의 차이점은... 정확하지 않지만
번호판을 부착하는 부분과 라이트 스위치 등이 조금 다른 정도?
아마 누군가 작심하고 Vespa의 역사를 연구한다면
정치와 경제와 철학을 넘나드는
그럴듯한 인문학 서적이 만들어지고도 남을 것이다.
최초의 Vespa부터 지금의 Vespa까지 오는 동안
젊은이는 중년(?)이 되었고, 변하지 않은 것보다 변한 것이 더 많아졌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죠.
Vespa의 먼지를 털어내고 킥스타트를 밟아 시동을 걸 때면
늘 같은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제 막 잠을 깬 Vespa에게 말을 건다.
'늘 기억하고 있어. 언젠가는 꼭 함께 떠날 거야' 라고...